Financial Market2009. 6. 10. 14:23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그룹이 심각한 위기에 빠진 것만은 분명하다. 인수 당시만 해도 금호그룹을 단숨에 재계 10위권 이내로 끌어올려 성공적이라 생각했지만 만 3년이 다가오는 지금, 대우건설은 금호그룹 전반에 걸쳐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금호그룹은 재무적투자자들에게 약속한 대우건설에 대한 풋옵션 (주가 31,500원 미만 시 주당 31,500원에 매입) 으로 인해 거액의 자금이 필요할 상황이 되었다. 6월 10일 14:13 현재 대우건설은 11,600원에 매매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가가 올라갈 기미가 거의 보이지 않자 금호건설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PEF (사모투자펀드) 에 대우건설의 지분과 경영권을 넘기는데에 합의했다. '시가 + 경영권 프리미엄 30%' 를 가정하더라도 주당 15,000원 이상에 약정이 맺어지긴 어렵다. 금호그룹 지분 32.5%와 풋옵션 지분 39.6% 가운데 ‘50%+1주’ 이상을 넘겨 2조5000억원 정도의 현금을 받고, 여기에 금호생명 등 다른 자산 매각으로 생기는 현금을 더해 풋옵션 대금 (4조원)을 갚으라는 것이 산은의 방안이다.

문제는 이 경우 금호산업이 떠안게 되는 엄청난 규모의 매각손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 금호 문제의 핵심은 매각손”이라고 말했다. 풋옵션 계약의 주체는 금호산업이다. 풋옵션 계약을 이행할 경우 금호산업은 대우건설 주식을 3만1500원(풋옵션 행사가격)에 사야 한다. 금호산업이 현재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18.6%)의 장부가도 2만5000원이다. 이 지분들을 1만5000원에 팔면 2조원 이상의 매각손이 발생할 수 있다. 금호산업의 자본금은 1조1449억원이다. 완전 자본잠식 위험까지 있는 것이다.

금호산업은 금호그룹의 지주회사다. 박삼구 회장 일가는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을 통해 전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지주회사가 자본잠식에 빠지고 채권단 출자전환 등이 일어나면 전체 그룹의 지배주주가 바뀌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금융권 인사는 “금호 쪽에서 산은안에 강력하게 저항하는 것은 대우건설의 경영권 때문이 아니라 그룹의 지배구조가 무너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호그룹은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해 현 상황을 타개하겠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아보인다. 풋옵션 지분을 주당 23,000원에 넘기고 고속터미널 등의 부지 및 건물을 매각해 현재 남아있는 풋옵션 지분에 대한 대금으로 처리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풋옵션을 새로운 투자자에게 넘기더라도 결국 이번과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하건 대우건설의 주가가 30,000원 수준까지 올라가지 않는다면 2~3조원 가량의 자금은 필요하게 된다.

이번의 새로운 투자자 모색은 구조조정이 아닌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위기에 빠진 금호그룹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그리 많지 않다. 3년전 재계 순위가 올라갔다는 점에서, 그리고 3년안에 30,000원은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인수했던 대우건설이 결국 금호그룹에는 역으로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Posted by Chanwoo™